바닥에서 발견한 해골

하루내내 투덜투덜하는 글을 걸어 놨으니 분위기 전환도 좀 해야지요.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안되는 것도 아니요 안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닐진대 뭐 어쩌겠습니까. 웃어 보자는 의미에서 지난 번 보스턴에 놀러갔을 때 M모 학교 건물 바닥에서 발견한 해골 사진을 올립니다. 자연의 창조물인지 아니면 바닥에 생긴 윤곽을 이용해 누군가 만들어낸 창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자마자 카메라를 안 꺼내들 수 없더라구요~


역시 보너스로(?) 올리는 아래 사진은 H 대학교 근처에 있는 유명한 디저트 레스토랑 'Finale'에서 찍은 크림 브륄레 사진입니다. 이렇게 예쁘게 프레젠테이션 된 디저트는 정말정말 오랜만이라서 무척 반가웠어요. 맛은 사실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얻어먹은 거라 그런지 꿀꺽꿀꺽 잘~ 넘어가더라구요. 작업하기 딱 좋은 곳 같아 보였어요. 근데 이 밤중에 크림 브륄레 사진을 올리면서 멸치볶음이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전 대체 뭘까요. =_=;;

 



by turtle | 2008/11/18 18:24 | A PIECE OF ME | 트랙백 | 덧글(0)

취직 때문에 난리 난리

한국도 요새 취직이 어렵다지만 미국 쪽에서 취직하기도 정말 쉽지 않다. 그냥 말만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정말 자리 자체가 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있는 사람들도 우수수 자르는 판에 하긴 사람 새로 뽑는다는 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가 어이없기로는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내가 다니는 학교 취업 상담실은 여러 기업들과 계약을 맺어 해마다 혹은 분기마나 한 번씩 학교에 구인 공고를 내어 사람을 뽑는다. 문제는 계약상 채용 계획이 없어도 이런 채용 프로세스를 일정 기간마다 한 번씩 꼭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엔 이력서 받는 것부터 시작해 인터뷰까지 다 끝내고 나서 막판에 job offer를 하나도 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어차피 인터뷰 여비라든가 각종 비용은 학교 쪽에서 많이 부담하니 이런 식으로 해도 회사 쪽에서는 별달리 손해 볼 일이 없다. 채용 절차를 진행했지만 candidate 중 결국 쓸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 offer를 못 냈다는 것이 회사의 책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이력서를 비롯해 개인 신상 정보를 DB화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어차피 채용 계획이 없다면 아예 채용 프로세스 진행을 안해줬으면 싶다. 놀면서 구직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할 것 다 해가면서 짬을 내어 이력서를 쓰고 커버레터를 쓰고 심지어 에세이까지 쓴다. 요새는 학교를 통해서도 이력서를 내고 회사 웹사이트에도 이력서 제출 + 신상 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아 길게는 회사 하나 지원하는데 며칠씩 걸리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원해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 치자. 이 근처가 아니라 먼 곳에 가서 인터뷰를 보아야 하면 왔다갔다 경비는 지원받는다 해도 시간 손실이 어마무지하다. 일단 수업을 빠지면 그 타격이 엄청나다. 우리 학교는 쿼터제라 다른 학교에서 한 학기에 (약 14주~15주쯤 되려나?) 수업 분량을 10주에 커버하기 때문에 한 시간 한 시간의 밀도가 엄청나게 짙다. 그런 수업을 한 번 빠지면 나중에 보충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드는지 모른다.

이런 희생을 치러 가며 인터뷰를 보고 오는 건데, 그게 사실은 채용 계획이 지금은 없지만 계약상 해야 되는 거라 그냥 진행하는 인터뷰라면 그게 아무리 나중에 가서 다른 기회로 돌아올 수 있는 거라 하더라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회사가 어떤 사람들을 뽑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문제도 일으킨다. 무슨 일이든 현재 상황을 명료하게 파악하는 데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인데 이런 식의 가라 인터뷰가 존재한다면 정확히 지금 채용 기회가 얼마나 되고 어디에서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워지는 법 아닌가.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 좀 뭣하지만 내가 지금 재적하고 있는 학교는 회사들이 꽤나 선호하는 학교에 속한다. 그런데도 지금 내 주변에서 이번 학기 구직 활동을 시작한 학생 중 취직이 결정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몇백 명 단위로 사람을 데려가던 인텔 같은 곳에서도 올해는 채용 계획을 없앴다. 덕택에 박사 졸업 예정자들이 대거 졸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학기에 이력서를 내기 시작해 컨펌받은 아이들이 몇 명 있기는 하지만 그냥 출근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는 아이들도 꽤 된다. 아직 중국 쪽에는 사람 구하는 곳이 좀 있어서, 중국 아이들은 홍콩이나 싱가폴 쪽에서 조금씩 기회를 잡기는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원래는 월스트릿에 가던 아이들이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고, 사실 중국 뿐 아니라 원래대로라면 현지 취업을 선호하던 교포를 비롯한 미국적 한국계 아이들도 한국에서 취직하는 것을 알아보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이러다 한국에 돌아가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후배에게 우리 둘 다 잘 안되면 한국 가서 학원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가 학원 이름을 뭘로 할까 잠깐 고민하는 쇼도 하고...아 진짜 이 폭풍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

by turtle | 2008/11/18 10:42 | A PIECE OF ME | 트랙백 | 덧글(4)

라퓨타

조금 전 이번 주에 마감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챕터 하나를 막 끝냈다. 지난 목요일까지 감기 기운 때문인가 죽어라 진도가 안 나가던 챕터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지난 금요일 귀여운 후배가 사주는 고기를 얻어먹고 고기 힘을 냈는지 어제부터 갑자기 글발이 서기 시작해, 예정보다 하루 늦긴 했지만 오늘 - 이라기엔 이미 일요일로 넘어간지 3시간이 넘게 지난 시점이지만 - 대강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잠깐 무슨 학교 행사도 다녀왔는데도 큰 지장 없이 9시 반쯤 글쓰기를 마치고 지난 해 룸메이트였던 K의 생일 파티에도 잠깐 들렀다 올 수 있었다. 거의 못갈 거라 각오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술술 진도가 풀려 아래 사진까지 올리고 생일 파티에 날아가 영화 1개 반 (도착하니 벌써 보고 있었던 게 하나 있어서) 을 보고 와인도 한 잔 마시고 돌아왔다.

와인까지 마셔서 그런지 약간 하이퍼 상태가 되어, 내일 할까 하고 있었던 추가 교정도 어느 정도 끝내고, 이글루스 이웃도 한 바퀴 돌고, 이사갈까 약간 고민중인 블로그 서비스에 시험삼아 임시 블로그도 한 번 만들어 보는 일까지 마치고 났는데 아직 잠이 안 온다. 그래서 이렇게 포스팅을 하나 더 하는 중이다.

오늘 본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와 자연 다큐멘터리 '펭귄의 행진' 이었다.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아이들 중 86년생이 있었는데 저 라퓨타가 바로 86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전이 늘 그렇듯 20년도 더 전에 나온 작품이 아니라 바로 어제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랜만이긴 하지만 벌써 세 번째 보는 건데도 여전히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붉은 돼지'를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라퓨타'에는 나름대로 추억이 있다.

아직 어린이에 더 가까운 나이였을 때 하이텔 - 당시 케텔 - 의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는 불법 복제한 비디오로 가끔 상영회 비슷한 것을 하곤 했다. 제법 괜찮은 장소를 빌려서 상영회를 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그냥 누구네 집에 모여서 남들보다 조금 더 신경쓴 그 집 장비로 상영회를 갖곤 했는데, 마침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 그런 상영회 아지트 비슷한 곳이 한 군데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내 눈으로는 엄청난 어른이었던 '대학생'의 방에 들어가 몇 명이 오글오글 모여서 보았던 라퓨타는, 기억도 안 나지만 분명 화질도 별로 안 좋았을 게 뻔한데도 참 인상적이었고, 뭔가 어른의 취미에 동참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데에도 일조했다.

그렇다고 그런 가정 상영회에 그 후로도 계속 갔던 건 아니다. 많은 손윗사람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넘어서 그 '어른들'과 교류하는 게 아무래도 불편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어른의 취미에 동참하는 뿌듯함이 한편으로는 그래봤자 결국 진짜 '어른'이 될 수는 없다는 미묘한 좌절감을 일으켰던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부터 또래들이 통신망에 확 늘어나기 시작했고 내 교제 폭도 좀 넓어지기 시작했다. '라퓨타'를 두 번째 보러 갔던 게 아마 그 즈음 아니었나 싶다.

장소는 교대 근처 작은 소극장 비슷한 곳이었는데, 관리자가 덕후였는지 어째서인가 애니메이션 특집 상영회를 무료로 열었던 것이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통신 친구와 거기에서 하는 '라퓨타' 상영회에 같이 가 보기로 약속하고 어느 토요일인가 쉬는 날 오후를 잡아 교대까지 나가는 일탈을 감행했다.

참고로 당시 내 행동 반경의 최대 범위는 예쁜 문구점들이 모여 있던 선릉역 일대로, 지하철 역도 안 들어오는 서울 구석 동네 출신으로서 지하철을 갈아타며 교대까지 나간다는 건 그야말로 거대한 모험이었다. 그런 모험을 저지르는 것이니만큼 기왕이면 안 본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었지만 나름대로 바쁜 고등학생 신분에 겨우 시간을 내어 보는 것이니 프로그램을 맘대로 고르는 사치는 부리기 어려웠다.

결국 나는 친구와 겨우 시간을 맞춰 상영회에 가서, 다시 한 번 큰 화면으로 라퓨타를 보고 왔다. 다시 한 번 보는 건데도 어찌나 몰입하게 되는지 마지막 부분에선 정말 손에 땀을 쥐어 가며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

불이 켜지고 어두운 데 익숙해졌던 눈을 껌벅거리며 그 친구와 나는 다시 얌전히 교대 앞 골목길을 걸어 지하철역으로 돌아와 헤어졌다. 거기까지 나갔는데 기왕이면 밥이라도 한 끼 먹고 오지 왜 그냥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 최초의 데이트 비슷한 경험이 바로 그거 아니었나 싶다.

지금 그 친구는 어디서 뭐하려나 모르겠다. 나 못지않게 둔감하고 철이 덜 들었으니(?) 열일곱 열여덟 그 나이에 그 먼 데까지 영화(?)를 보러 가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영화만 보고 돌아 나오는 게 가능했던 친구였으니까 당시 함께 잘 어울려 놀았던 거겠지만 지금은 어찌 변했을지 모르겠다.

원래는 이거 말고도 '펭귄의 행진'을 본 이야기까지 쓰려고 했지만 마지막에서 둘째 문단을 쓰면서부터 급격히 졸리워지기 시작해서 포기했다. 이제 가서 진짜로 잔다.

by turtle | 2008/11/16 20:16 | A PIECE OF ME | 트랙백 | 덧글(2)

뒤늦게 발견한 초대형 월병

지난 추석 무렵 상하이 구광백화점 지하에서 찍은 초대형 월병 사진을 까맣게 잊고 있다 조금 전 발견했다. 월병에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은 중국에 가서 처음 알았지만 이것 저것 먹어봤어도 역시 제일 맛있는 건 팥 들은 기본 월병인 것 같다. 다음 추석에도 중국에서 월병을 먹을 수 있을까?


보너스로 함께 발견한 몇 달 전 사진을 함께 올려 본다. 흔들린 게 오히려 마음에 드는 사진! 이거 올리고 나는 술 마시러 간다~

by turtle | 2008/11/16 14:37 | A PIECE OF ME | 트랙백 | 덧글(6)

이력서 쓰기 잡담

한국에 있는 어떤 회사에 지원하게 되어 한글 이력서를 오랜만에 썼다. 지난 번 회사를 옮겼을 때에도 영문 이력서만 제출했었으니 한글 이력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처음 쓰는 셈이다. 조금 올림하면 10년 만에 국어로 이력서를 쓰려니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억이 안 나 네*버를 한참 뒤졌다.

양식을 어디서 구해 메꾸어 가는데, 그 참, 쓸데 없는 신상 정보까지 기록해야 하는 분위기는 여전한 걸까. 아니면 여러 회사들이 자기네 고유의 양식을 만들어 뿌리게 되면서 소위 기본 양식 이력서들이 옛날 그 양식 그대로 남겨졌기 때문일까, 체중이니 신장 따위 일하는 것과는 하등의 상관도 없어 보이는 항목란들이 여전하다. 게다가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 하나. 증명 사진 붙이는 란도 당연하게 남아 있다.

투덜투덜 하면서 주변에 물어 보니 증명 사진은 여전히 누락 없이 붙여야 한단다. 최근 이 동네 Kinko's에서 찍은 여권 사진이 있긴 하지만 어찌나 괴악하게 나왔는지 차라리 안 붙이느니만 못하다. 어쩔까 고민하다가 결국 학생증을 스캔해서 붙이는 별 생 난리를 다 쳐야 했다. 관상을 보는 것도 아닌데 대체 사진은 왜 붙이라는 걸까. 내가 잘 모르는 뭔가 매우 중요한 이유가 존재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무튼 오랜만에 이력서를 쓰고 있으니 내가 해 온 것들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어설펐던 내용이 자꾸 쓰면서 좀 정리가 되고, 그만큼 좀 뻥도 늘어나는 것 같아 우습다.

by turtle | 2008/11/14 05:31 | A PIECE OF ME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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